(재테크)LG CNS, IPO 거품붕괴 신호탄일까 매수기회일까

고평가 논란 속 상장 공모가도 못지켜
상장 초기 급락→상승 대어급 적지 않아

입력 : 2025-02-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LG씨엔에스가 주식시장 상장 첫날부터 급락, 공모가조차 지키지 못해 체면을 구겼습니다. 상장 전부터 삼성SDS와 비교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정작 매수를 추천하던 증권사들은 입을 닫았습니다. 다만 최근 3년간 상장 초기에 고전했던 대어급 새내기들 중에 반전에 성공한 경우도 적지는 않습니다. LG씨엔에스의 하락이 꾸준히 제기된 기업공개(IPO) 시장의 거품이 붕괴한 기준점으로 남을지 매수 기회가 될지 주목됩니다.
 
삼성SDS 비해 작은데…고평가 지적 ‘또’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 사흘째를 맞은 LG씨엔에스는 소폭 하락한 5만72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공모가 6만1900원에서 7.59% 하락한 것으로 여전히 상장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입니다. 
 
LG씨엔에스는 2025년 새해 벽두에 처음 등장한 조 단위 대어급 새내기로 주목받았습니다. 물론 공모 단계에서부터 잡음은 많았습니다. 몸값이 너무 고평가된 것 아니냔 비판이 주를 이뤘습니다. 
 
LG씨엔에스는 기업들의 시스템 통합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컨설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삼성SDS와 함께 국내 시장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규모 면에서는 삼성SDS가 앞서고 있습니다. 
 
삼성SDS는 지난해 13조828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911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LG씨엔에스의 매출액은 5조9826억원, 영업이익은 5129억원으로 삼성SDS의 절반 수준입니다. 자본 규모 또한 삼성SDS가 9조4000억원대로, 2조2000억원 수준의 LG씨엔에스와 상당한 체급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LG씨엔에스와 주관사는 공모가를 6만1900원으로 산정, 몸값을 약 6조원으로 평가했습니다. LG씨엔에스가 상장한 날 삼성SDS의 시총은 9조8500억원이었습니다. 자산과 실적 규모는 절반 또는 그보다 훨씬 적은데 몸값은 절반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 것입니다. 
 
LG씨엔에스의 경우 삼성SDS보다 그룹사 의존도 낮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것으론 밸류에이션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공모 주식 중 구주 매출이 많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만 거리였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씨엔에스의 상장기념식에 참석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좌)과 현신균 LG씨엔에스 대표이사. (사진=한국거래소)
 
수요예측부터 불안하더니
 
결국 수요예측에서부터 불안한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 중 90% 이상이 LG씨엔에스가 낸 희망공모가 범위의 상단을 적어냈지만 경쟁률은 110 대 1로 기대만큼 높진 않았습니다. 자발적 매도 제한을 건 기관이 적었고,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참여가 적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거론됐습니다. 
 
그럼에도 일반 공모청약에서 1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21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모았습니다. 비싼 몸값에 대한 우려에도 올해 첫 대어라는 존재감에 막연한 공모주 ‘범프’를 기대한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고 시총 감소분에 해당하는 약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믿었던 LG씨엔에스마저 무너지면서 증권업계와 공모주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침울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상장한 새내기들 대부분이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LG씨엔에스가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했기에 실망이 더 컸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어의 실패로 IPO 거품 붕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상장 후보기업에 대한 사전 회계심사를 확대하고 주관사의 의무를 강화할 방침을 밝히는 등 IPO 제도 개선과 맞물려 증권사들도 잔뜩 움츠러든 상황입니다. 
 
공모가 산정 문제는 묵은 숙제이다 보니 이번 기회에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다만 LG씨엔에스의 주가 약세가 이어질지는 이와 별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장 초기 잠시 급락했다가 반등에 성공한 대어급 새내기들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공모주 효과 ‘역방향’ 사례도
 
지난해 2월27일 공모가 25만원으로 상장한 에이피알은 상장 첫날 장중 44만5500원까지 급등하는 등 공모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으나 결국 31만75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후로 한 달 반가량 하락세가 이어진 끝에 4월8일 21만7500원을 기록, 공모가가 무너졌습니다. 당시로선 흔치 않은 대어의 추락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그후 천천히 반등해 5월엔 상장 당일 고점까지는 아니지만 40만원을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10월 5대 1 액면분할로 주가표기는 달라졌지만 당시의 추락과 반등은 주가차트에 남아 있습니다. 
 
2023년 10월5일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도 상장일 장중에 공모가(2만6000원)의 2.6배나 급등하는 등 위세를 떨쳤지만 달을 넘기기도 전에 3만2150원까지 하락하며 우려를 샀습니다. 하지만 10월 말 반전에 성공, 두 달만에 12만원을 넘겼습니다. 
 
2022년 상장한 쏘카 역시 상장 한 달여 만에 상장일 고점 대비 45.9%나 급락했지만 3개월이 걸려 낙폭의 절반 정도를 되돌려놓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월 상장한 현대힘스도 공모가 7300원을 깬 적은 없지만 한 달 넘게 하락해 초기의 기세등등했던 모습을 찾기 어려웠으나 3영업일 동안 낙폭의 절반을 회복한 사례입니다. 
 
공모주들은 상장 후 장기적으론 기업의 실적과 내부 상황을 반영하지만, 상장 초기엔 수급에 의한 변동성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상장일 공모주 효과로 급등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앞선 종목들처럼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경우도 발견됩니다. 
 
물론 지난 3년 사이 상장한 기업 중 초기 공모가를 하회한 대어는 LG씨엔에스가 유일하지만, LG씨엔에스도 이들처럼 상장 초기 변동성에 출렁일 때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총 순위로 100위 안에 드는 대형주이기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들이 필수로 담아야 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연금이 사흘 연속 순매수했고 전체 기관은 상장 이틀째부터 매수를 기록 중입니다. 외국인은 순매도 기조인데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1% 미만이어서 18.6%에 달하는 삼성에스디에스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LG씨엔에스에 대해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고성장,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강화 등에 대한 기대감을 분석 보고서에 담았던 증권사들은 상장 후 리포트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이 LG씨엔에스의 지분가치가 줄었다는 이유로 지주회사인 LG의 목표가를 내렸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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