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안정성 자산 리츠를 투매? 도대체 무슨 일이

신한글로벌액티브, 환헤지 비용 충격에 급락
주주들 “차라리 청산해달라”
운용사 문제 해결방안 구체화…조만간 발표할 듯

입력 : 2025-02-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안정적 배당을 위해 투자하는 리츠(RETIs) 주식에 투매 성격의 매도가 출현했습니다. 환헤지 비용과 고금리 대출이 리츠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리츠 운용사는 주주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몰려 주주서한을 냈습니다. 실질적 해결 방안이 빠진 상황 설명에 그쳤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대응책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7.72% 급락한 1555원으로 주식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주 7일 –6.54%의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으로 급락한 겁니다. 평상시 10만주를 넘지 않던 일일 거래량도 급증해 80만주를 넘겼습니다. 리츠로선 이례적인 낙폭으로 투매 수준입니다. 다만 매물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손절 물량으로 추정됩니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지난해 7월1일 공모가 3000원으로 상장한 후 한번도 공모가를 넘어보지 못하고 꾸준한 약세를 보였습니다. 2000원대 초반에서 바닥을 다지며 횡보하던 주가가 다시 하락한 것은 지난달 하순부터입니다. 올해 7월과 8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환헤지 계약 정산으로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환헤지 비용 주당 120원 ↓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신한글로벌제1호리츠를 통해 미국 현지의 3개 개방형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USGB, PRISA, USCP 등 각 펀드는 글로벌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우량 펀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미국 정부 기관들이 입주한 건물에 투자하는 USGB의 비중이 51%로 가장 큽니다. 지난 7일엔 2024년 4분기 말 기준 보유 펀드들이 배당과 자산가치 변동을 합산해 1% 안팎의 이익과 손실을 각각 기록했다고 알렸습니다. 
 
안정적인 리츠에 지적된 첫 번째 문제는 고금리 대출이었습니다. 여느 해외 부동산펀드들과 달리 차입비율(LTV)이 30% 미만이라서 금리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게다가 공모 전에 받은 대출이 무려 연 8.68% 금리이다 보니 논란이 됐습니다. 3개 펀드자산에서 나오는 배당금이 4%대인데 대출로 8.68% 이자를 지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공모 자금으로 대출 일부를 상환했지만 아직 397억원이 남아 있습니다. 
 
고금리 대출에 기름을 부은 것이 환헤지 비용입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리츠들은 대부분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헤지 계약을 하는데 이게 화근이 됐습니다. 원달러환율이 지난 계약 당시보다 올라 환율 상승분 만큼 비용을 추가 정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가 은행들과 맺은 환헤지 계약은 오는 7월과 8월에 만기가 돌아옵니다. 당시 환율은 SC제일은행과 1280.88원, 신한은행과 1290.25원으로 계약했습니다. 만기 때 원달러환율이 1450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SC제일은행에 약 120억원, 신한은행에 110억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고리의 대출이자 비용과 1주당 120원 정도로 추산되는 환헤지 비용 등으로 리츠의 NAV도 그만큼 하락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목돈 필요한데 고배당은 약속대로 ‘이거 맞아?’
 
이런 상황에서도 고배당은 계속하겠다는 운용사 측의 방침도 주주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기업공개(IPO) 당시 상장 후 2년 동안 공모가의 8% 배당을 확정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년에 주당 240원 이상 배당하겠다는 것입니다. 1년에 두 번 배당하는 이 리츠는 실제로 지난해 8월 126원을 배당했습니다. 이달 말에도 배당기준일이 잡혀 있어 126원을 또 배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드는 돈이 약 55억원, 1년에 110억원에 달합니다. 
 
대규모 비용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당을 하느니 이 돈을 환헤지 비용 정산에 쓰고 무배당을 선언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운용사 측은 지금의 배당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국 약속한 2년이 지난 후엔 배당이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입니다. 즉 배당컷 우려도 주가에 반영된 셈입니다. 
 
몇 달 뒤엔 230억원이란 큰 돈을 써야 하는데 리츠의 특성상 보유 현금은 매우 적습니다. 리츠는 이익의 상당액을 배당해야 하는 특성상 현금을 쌓아두지 않습니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의 경우 이익으로 배당 재원을 충당할 수 없어 공모자금 즉 주식발행초과금을 헐어 배당에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추가로 목돈을 지출하려면 증자를 하거나 대출을 일으켜야 합니다. 둘 다 불가능하다면 보유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상증자는 주당 순자산(NAV)이 희석돼 주주들이 반발할 게 뻔하고 대출을 추가로 받는 것도 8.5% 대출금리에 불만이 큰 주주들이 좋아할 리 없습니다. 
 
운용사 주주서한…곧 대응책 내놓을 듯
 
환헤지 비용 문제로 주가가 급락하자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홈페이지 게시판엔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중 보유 펀드 자산의 일부를 매각해 비용을 치르자는 의견도 있고, 심지어 비용 때문에 보유할수록 손실이 커진다며 이참에 리츠를 청산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빗발치는 항의에 결국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10일 늦은 오후 홈페이지에 주주서한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지난 12월 말 가결산 기준 리츠의 자산가치는 1억1650만달러, 주당 NAV는 약 2500원이며, 원달러환율 1450원을 가정해 환헤지 정산금을 반영할 경우 2300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33억원, 주당 약 200원을 헤지 비용으로 써도 현재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또 7~8월 환율이 1400원으로 하락할 경우 환헤지 정산금도 163억원으로 감소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배당은 약속대로 지급하겠다고 밝혀, 배당재원을 환헤지에 쓰라는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취임한 임현우 신한리츠운용 대표가 “약속한 배당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입니다. 
 
주주서한에는 현재 리츠가 처한 상황을 통해 시장과 주주들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설명하는 데 그쳤으나, 운용업계에서는 조만간 환헤지 및 고금리 대출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주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 일반 주주 대상 유증은 가능성이 낮고, 주주들의 요구대로 자산 일부를 매각하거나 대출금리를 낮춰 갈아타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해 공모 과정에서 대출 만기를 올 4월로 연장했던 터라 이를 포함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리츠 운용사도 지난 연말 주가 하락에 주식을 추가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한리츠운용은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의 주가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12월까지 2000원대 초반에서 44만주 이상 매수, 지분을 1.03%포인트 늘렸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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