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대주주 증여계획 공시, 투자 힌트 될 수도

바이오노트·인탑스 등 주식 증여에 주가 들썩
자녀에게 증여 완료, 악재 소멸로 인식
증여계획 사전공시 활용시 기회 포착 가능

입력 : 2025-02-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상장기업 대주주의 주식 증여는 기업의 실적만큼이나 투자자들에게 민감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대주주의 상속·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때문에 주가가 낮게 형성되고 그 부담을 벗고 나면 주가가 오른다는 경험칙을 믿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증여 사실을 미리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경험칙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고 의심되는 사례도 보입니다. 
 
바이오노트 회장, 자녀에 주식 증여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일 바이오노트는 공시를 통해 조영식 회장이 지분율 44.79%에 달하는 보유주식 4571만2000주 중 1000만주를 조혜임 전무에게 증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과 조 전무의 주식은 672만주(6.59%)에서 1672만주(16.39%)로 급증, 2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바이오노트는 조 회장이 설립한 동물용 진단검사 의료기기 업체입니다. 조 회장의 이번 주식 증여는 그의 장녀이자 마케팅전략실장인 조 전무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아들 조용기 이사(국내영업 총괄본부장)의 지분율은 1.57%에 불과합니다. 조 회장은 이미 2023년 12월에도 500만주를 조 전무에게 증여한 바 있습니다. 조 전무 또한 지분 승계를 위해 수년간 급여와 배당금 등으로 증여세 재원 일부를 미리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 회장은 바이오노트 회장이자 또 다른 코스피 상장사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이기도 합니다. 또한 바이오노트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최대주주(36.49%)이므로 이번 증여는 결국 에스디바이오센서 경영권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두 번째 증여 규모가 불어난 만큼 남은 조 회장의 지분도 언제 증여할지 주목되는데요. 조 회장이 1961년생으로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니라서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물용 진단검사 의료기기 업체이자 또 다른 상장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지배하는 기업 바이오노트는 2022년 12월22일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후  얼마 되지 않아 조영식 회장이 주식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하기 시작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주가 쌀 때 증여…미리 알 수 있어
 
상장사 최대주주의 지분이 자녀에게로 옮겨가는 것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증여 이슈가 주가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여겨져서입니다.
 
상속·증여세율이 높다 보니 대주주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됐을 때 자녀들에게 지분을 상속·증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나쁘거나 기업 실적이 악화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시기를 틈타 지분을 증여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꾸로 지분을 증여하기 위해 실적을 ‘마사지’한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충당금을 크게 반영하거나 쌓여 있는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등 악재를 반영해 실적과 주가가 악화되면 그때를 틈타 증여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해석은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오랜 경험칙에 따라 이같이 받아들이곤 합니다.
 
실제로 조 회장이 딸에게 500만주의 주식을 증여한 시기도 바이오노트 상장 후 주가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시기였습니다. 그 후 주가는 바닥을 다지고 횡보하다가 2024년 8월 한 차례 급등했고 다시 하락해 4000원대 중반에서 횡보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공시가 나오면서 장대양봉을 그리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증여가 한두 번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보니 아직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증여가 2023년의 증여와 달랐던 것은 투자자들이 이번 증여를 미리 알았다는 것입니다. 바이오노트는 5일 증여 공시에 앞서 지난달 6일에 1000만주를 증여하겠다는 계획을 먼저 공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제도가 시행된 데 따른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대주주의 주식 거래 등 지분이 변동됐을 때 사후 5거래일 안에 보고(공시)하면 됐는데, 이것이 30일 이전에 사전 공시하도록 바뀐 것입니다. 덕분에 투자자들은 대주주의 주식 증여 등 지분 변동 계획을 한 달 전에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주식 증여는 대주주가 주식을 받는 일도 있고 이사진에게 지급하기도 하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A사에서 B사로 이전하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고령의 최대주주가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경우라면 남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주가가 눌려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다면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주주의 증여 계획이 실려 있는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 거래계획보고서 공시. 지난해 7월부터 주식 증여 30일 전에는 공시하도록 제도가 변경됐다.(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갈무리)
 
‘우연히’ 증여 후 주가 상승
 
휴대전화, 가전제품, 자동차 내외장재 제조에서 로봇으로 영역을 넓힌 기업 인탑스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김재경 인탑스 회장은 1947년생으로 올해 78세입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5일 보유주식 313만주(지분율 18.21%) 중 아들인 김근하 사장에게 51만6000주, 김수진에게 15만4800주를 증여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달에 공시했으므로 머지않아 증여를 실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증여 후 14.31%로 감소합니다. 반면 김 사장은 51만주를 더할 경우 현재 14.24%에서 17.24%로 증가, 최대주주가 됩니다. 공교롭게도 인탑스의 주가는 12월에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중입니다. 로봇 테마의 영향이 있지만 지난해 나빴던 실적과 낮은 주가에서 나온 증여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11월22일 나온 RFHIC의 공시도 이에 해당합니다. 조덕수 대표(14.39%)와 함께 형제 경영 중인 형 조삼열 회장은 보유주식 351만주(13.26%) 중 84만주(3.17%)를 가족 3인에게 각각 28만주씩 증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연히도 RFHIC의 주가는 12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공시를 찾아보면 이와 같은 사례는 많은 편입니다. 그만큼 대주주들의 세금 부담이 크다는 반증이지만, 그와 별개로 사전공시제도 덕분에 투자자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같은 공시는 금감원 전자공시에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거래계획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올라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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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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