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공사비 갈등…법적대응도 불사

'메이플자이' 조합원 1.5억 더낼판…곳곳서 분쟁 발생
국토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안 이달 행정 예고

입력 : 2025-02-13 오후 4:01:41
 
[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정비사업 현장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으로 입주가 지연되고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자잿값, 인건비, 금융 비용 급증으로 올해도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 재건축 정비사업(메이플자이) 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이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486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추가로 조합에 요청했는데요. 이는 조합원 1인당 1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GS건설은 이 가운데 추가 공사비 2571억원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착공 전 물가 상승분(310억원) △건설 환경 변화 반영(967억원) △사업 기간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185억원) △일반분양 세대수 감소에 따른 분담금 증가분 금융비용(777억원) △증가된 공사비에 대한 일반관리비 및 이윤(332억원) 등을 포함한 금액입니다.
 
공사 대금 청구 소송액을 제외한 2288억원은 한국부동산원에 설계 변경·특화와 관련 검증을 요청했습니다. 조합과 인허가 기관의 추가 요청에 따라 설계를 바꾸고 추가 공사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조합 역시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GS건설은 서울시에도 중재를 요청한 상태로, 서울시 코디네이터(중재자)와 오는 18일 첫 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사비 인상 폭에 대한 이견이 커 입주에 차질에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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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시공사·조합 갈등 빈번…'변동기준 의무화' 해법 될까
 
메이플자이의 공사비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GS건설은 2017년 10월 3.3㎡당 공사비 499만원 수준으로 이 사업을 수주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현재까지 세 차례 증액을 요구했는데요. 지난해 1월 545만원(이하 3.3㎡ 기준)으로 증액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에는 564만원으로 늘렸습니다. 
 
GS건설은 최근 경기 광명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조합과도 추가 공사비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1000억원 규모 공사비를 증액한 데 이어 물가 상승분과 금융비용 증가 등을 반영해 1032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를 조합에 요청했습니다. 광명시가 나서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3자 간 협의에 나선 상태이지만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때 오는 6월 1일 예정된 입주도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다음 달 입주를 계획한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 사업장도 공사비 증액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은 세 차례에 걸쳐 공사비가 인상됐는데요. 당초 3.3㎡당 510만원의 공사비가 책정됐지만, 약 66% 상승해 847만원까지 올랐습니다. 
 
공사비 인상이 잇따르자 공사비 검증 사례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거용 건설공사비지수는 129.08로 2020년 12월 101.84 대비 약 27% 올랐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건수는 36건으로 해당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정부는 시공사 선정 입찰 때부터 공사비 변동 가능성을 명시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인데요. 현재 공사비 갈등 원인은 예측 불가능한 돌발 변수에 따른 것으로, 이미 상당수 조합은 이미 개정안 내용을 담아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데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갈등을 봉합하기는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부동산원 등에서 공사비 검증을 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시공사 입장에서는 적자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공사가 지연되더라도 갈등을 감수하는 것"이라면서 "공사비 검증위원회 등 검증 기관 수를 더 늘리고 검증 금액에 따라서 최소한의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사비 분쟁에서는 특약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더라도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요. 김예림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르게 보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약서를 꼼꼼하게 써서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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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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