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시 일부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구역 지정이 해제된 단지의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둬들인, 반면 토허제 유지 단지는 실망 매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송파구 잠실, 강남구 삼성·대치·청담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 14.4㎢에 있는 아파트 305곳 가운데 291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는데요. 해당 지역 아파트의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해지면서 수요가 몰려 일대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잠실동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 4개 단지의 매물은 이날 기준 2256채로 한 달 전 2597채보다 13.13% 줄었습니다. 리센츠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제가 풀린다는 말이 나오면서 오르기 시작해 해제 발표 이후 급속도로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들어간 상태"면서 "어제는 현재 호가보다 1억5000만원 정도 저렴한 전세 낀 매물이 집도 보지 않고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동일한 행정구역인데도 토허제가 유지된 잠실주공 5단지는 신규 매물이 증가했습니다. 매물 수는 3일 전 562건에서 32건 늘어난 594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단지 전용면적 76㎡는 지난 7일 31억7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는데 토허제 발표 직후 호가 30억원대의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대치동에서도 토허제 해제 단지 발표 토허제가 풀리지 않은 은마와 한보미도맨션1·2차의 매물이 늘었습니다. 반면 토허제 지정이 해제된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84㎡는 1억원가량 오른 40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됐습니다. 대치아이파크 단지 전용 59㎡ 역시 호가가 직전 신고가 26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가량 올랐습니다. 대치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며칠 사이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많고 전화 문의도 많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에 시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홍연 기자)
단기적 가격 상승 압력 작용 가능성 있어
토허제가 유지된 압구정·여의도·목동에서는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한데요. 토허제가 유지되면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이후 매수세가 증가해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해제된 지역들은 강남권에서도 입지가 우수하고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호가가 오르고 주택 가격이 과열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면서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갭투자나 외지인 거래도 증가하는 한편 일부 지역에 수요가 쏠리는 지역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있어 주택 과열 현상이 지역적으로 확산되거나 장기적으로 추세 전환 하기에는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인위적으로 억누른 요인이 사라지거나 해소되면 가격도 시세에 맞춰 변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현재는 대출규제, 환율, 거래위축, 기준금리 등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둘째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가격은 전주보다 상승했습니다. 잠실동이 속해 있는 송파구는 잠실과 신천동 주요단지 위주로 크게 오르면서 0.14% 상승률을 기록해 전주에 이어 서울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습니다. 서초구(0.11%)는 서초·잠원동 위주로, 강남구(0.08%)는 개포·대치동 위주로 상승했습니다. 반면 도봉구(-0.06%), 강북구(-0.03%), 서대문구(-0.02%), 금천구(-0.02%), 구로구(-0.02%) 등은 하락세가 지속됐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