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농협이 믿는 구석은?

개혁 성향 농해수위 의원들도 '농협 지방 이전' 찬성
'주된 사무소' 떼주고 중앙회장 연임 관철?

입력 : 2025-02-17 오전 11:00:55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여야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농협중앙회 본사 등의 주된 소재지를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과거에도 이 같은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은 꾸준히 발의돼 왔는데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처리가 빠르게 진전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농협법 114조는 농협중앙회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중앙회는 서울특별시에 주된 사무소를 둔다'는 내용을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는 정관으로 정한다'고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농협중앙회 본사는 서울 중구 5호선 서대문역 부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된 사무소를 정관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상호저축은행법'이나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을 참고할 때, 농협중앙회도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정하거나 지사무소를 둘 때에는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지역 간의 불균형 해소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입니다.
 
서울 서대
 
문금주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발의 배경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등의 추가 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현행법은 농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상충된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도 조경태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조 의원 법안에서도 본사 소재지와 관련 '서울시'를 '정관으로 정하는 바'로 수정했습니다. 조 의원 측은 "지금 당장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농협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신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우진하 위원장은 "현재 사측은 이미 셀프연임의 욕심을 드러냈고 공식화했다"며 "셀프연임법 개정을 약속하고, 그 대가로 농협 본사 지방이전을 사측이 허용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전임 중앙회장도 회장 연임 허용을 포함한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농협금융 계열사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농업지원사업비 2배 인상' 등의 법 개정을 반대하지 않은 전례가 있습니다.
 
농협 조직 내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잠재울 수 있는 카드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농협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내용이라 본사를 비롯한 특정 조직을 옮겨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아닙니다. 전국 단위로 퍼져있는 농협 조직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와 정치권 간의 입법 거래를 의심하는 시각을 간과할 수만은 없습니다. 농협 연임 개정을 위해 농협의 대국회 로비는 전방위적이라는 지적은 과거부터 계속돼 왔기 때문입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협중앙회장의 단임제 폐지, 즉 연임 허용은 중앙회의 숙원 과제입니다. 과거 연임한 4명의 중앙회장 중 3명이 횡령, 뇌물수수 등 각종 부패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자 2009년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변경됐습니다. 이후 중앙회장은 4년 임기로 1회에 한해 회장직을 수행하는 '단임제'로 선출되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전체 1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연임에 반대 입장인 의원은 신정훈, 윤준병 의원 이외에 안병길 전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전 의원 등 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협중앙회 연임에 반대하는 개혁 성향의 의원들도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농협 지방이전법을 발의하고 있어 농협 입장에서는 회장 연임 허용과 연계해 지방 이전을 고려할 만한 카드가 되는 셈입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회장 연임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현 농협 회장부터 소급적용하는 연임 문제는 논의 대상도 아니며 불가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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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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