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합헌 결정을 받은 형벌조항에 대해 이후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앞서 합헌결정이 있은 날의 다음 날부터 소급해 형벌조항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47조 3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모씨가 “심판대상 조항은 종전 합헌결정 후 유죄판결을 받은자에 대해서만 위헌결정 효력을 미치도록 해 재심청구와 형사보상청구를 제한하고 있어 헌법상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반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특정 형벌법규에 대해 과거에 합헌결정을 했다는 것은, 적어도 그 당시에는 해당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므로, 합헌결정이 있었던 시점 이전까지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합헌으로 평가되던 법률이 사후에 시대적 정의의 요청을 담아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동안의 효력을 전부 부인해 버린다면, 끊임없이 개별 규범의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고 효력이 재검토되는 상황에서 법집행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깨지고 국가형벌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위헌이더라도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합헌결정이 있었던 형벌조항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함으로써 그동안 쌓아 온 규범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에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한 것이기 때문에 소급효 제한은 합리적 이유가 있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1988년 5월 간통죄로 기소돼 징역 8월이 확정된 뒤 2015년 2월26일 간통죄 조항이 위헌결정을 받자 같은 해 5월 재심청구를 했지만 헌법재판소법 47조 3항 단서에 따라 위헌결정 소급효를 적용받을 수 없어 재심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 처벌 조항인 형법 241조 1항에 대해 1990년 10월 합헌으로 결정한 이래 2008년 10월30일까지 총 네차례에 걸쳐 합헌으로 결정했다. 형벌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종전까지는 해당 조항이 소급해 효력을 상실했지만 2014년 5월20일 헌법재판소법 47조 3항 단서가 신설되면서 위헌 형벌조항의 소급효는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까지만 소급하게 됐다.
이에 이씨가 재심기각결정에 불복해 항고하면서 법원에 헌법재판소법 47조 3항 단서가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청사.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