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언제쯤?…"빨라도 내년 상반기는 돼야 가능"

"이번에도 모비스·글로비스 중심"…최근 자사주 매입, 개편 포석

입력 : 2018-12-13 오후 6:50:02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승진 3개월만에 대규모 인사를 단행,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어떻게 마무리 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28일 미래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순환출자 등 정부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이후 정몽구 회장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부 매입해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달아 반대를 권고했고 국민연금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21일 이를 전격 철회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월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되면서 연내 재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봤다"면서 "현대차그룹이 한 번 실패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안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구체화되는 시점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면서 "정 부회장이 23.29%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와 그룹의 수소전기차 비전을 이끌어나갈 현대모비스가 지난번처럼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인사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체제가 강화된 가운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1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 부회장 등이 충북 충주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열린 제2공장 신축 기공식에 참석한데다가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50만대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향후 현대모비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지배구조 개편에서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적용한 점이 비판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합병 비율만 현대모비스에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가 지난달 30일 주주가치 제고 노력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 방안을 발표한 점도 지배구조 개편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현대차는 이달 3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총 276만9388주, 발표 전날 종가 기준 2547억원 규모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온 주주가치 제고 노력의 일환"이라며 "특히 당사의 주가 안정화 의지를 확인시켜드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사전 준비 작업일 가능성이라는게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공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