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권의 정기예금 수신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에 앞서 금고를 채워두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앞세워 예금유치를 하고 있지만 실상 미끼 상품을 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7일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권의 올해 1분기 정기예금은 전년 동기대비 11.6% 증가한 710조9963억원이다. 지난 2018년 3월 기준 636조6957억원에서 74조3606억원 증가했다.
평균 연 2~3%대에 머물던 정기예금 증가율은 10%를 넘어선 것이다. 은행들은 2020년부터 새로운 예대율(예수금 잔액 대비 잔액대출액 비율) 규제 적용을 앞두고 있어 예금상품을 통해 수신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3월말 기준으로 4대 은행 예대율만 따져보면 국민은행 98%, 신한은행 97%, 우리은행 96%, KEB하나은행 97%로 새 기준 적용 시 100%가 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융당국은 97% 수준의 예대율 유지를 안정적이라 판단한다. 금융권은 시중은행이 해당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약 3조원의 예수금을 늘려야 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프로야구 개막일에 2조원 한도로 출시한 ‘2019 신한 마이카 프로야구 정기예금’이 약 7주 만에 조기 소진됐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 상품의 한도는 1조원 더 늘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는 연 2.0%지만 가입자가 선택한 구단의 가을야구 성적에 최대 3.0% 금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부산은행 스마트폰 전용 예금상품 ‘마이 썸(MY SUM) 정기예금’은 5월 넷째 주 기준 12개월 가입 시 최대 2.70%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1000만원 보내기, 롯데카드 300만원 결제 등 6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최대 금리를 제공한다. 2030세대를 위한 상품으로 1억원 이하의 가입한도가 있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 '하나머니세상 정기예금'은 세전 이자율이 1.55%에지만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2.45%까지 올라간다. 단, 만기시 하나머니로 적립을 동의해야 하며 신규 스마트폰 뱅킹도 가입해야 한다.
대구, 경남, 수협, 국민은행들도 2.35% 이상의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우대금리에 따라 상품에 따라선 0.6%포인트까지 금리차이를 만들고 있다.
이에 은행들이 최고금리를 내세워 예금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로 우대금리를 모두 채워 최고금리를 적용받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건 없는 고금리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특정 요건을 만족해야 금리가 제공돼서다. 신한은행의 ‘2019 신한 마이카 프로야구 정기예금’은 팀 성적에 따라 금리적용이 달라지기에 1순위인 두산 베어스에만 60% 가까운 예금이 쏠리고 있다.
부산은행 ‘마이 썸(MY SUM) 정기예금’은 연령제안과 함께 통신사도 LG유플러스로 한정된다. 여타 은행들의 고금리 정책도 멤버십 포인트 전환, 모객, 주거래 통장 등 많은 조건들을 제시해 고객이 최대금리를 챙기기 어려운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액에 한도가 있는 것처럼 높은 금리의 상품들이 단순히 고객을 모우기 위한 눈속임이라기보다는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이벤트 상품으로 선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은행창구에서 상담을 받는 고객들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