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백신 첫 임상 3상 진입…변이주 추가 연구도 진행

식약처, SK바이오사이언스 'GBP510' 비교임상 3상 승인
1/2상서 중화항체 형성률 100%…내년 상반기 상용화 목표

입력 : 2021-08-10 오전 11:06:52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해 R&D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국내 업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으로 임상시험 3상 단계에 진입했다. 임상은 기존 백신과의 비열등성을 대조하는 비교임상으로 치러지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상용화될 예정이다.
 
임상 이후 상용화에 성공하면 수입 백신에만 의존하던 상황에서 백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상용화 이후에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준비태세도 본격화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01'의 임상 3상 계획(IND)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재조합 백신이다. 표면항원 단백질을 투여하면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하며,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바이러스를 중화해 제거한다.
 
특히 이 백신은 특히 항원 노출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활용해 항체를 많이 생성함으로써 면역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개발됐다.
 
개발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디자인연구소(Institute for Protein Design, IPD)와 GBP510을 공동 개발했다. 임상 과정에선 GSK의 면역증강제 기술을 활용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고려대 구로병원 등에서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임상1/2상(stage1)을 진행한 결과,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 전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형성돼 중화항체 형성률 100%를 보였다.
 
중화항체 유도 수준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 패널보다 5배에서 최대 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국립바이오의약품표준화연구소(NIBSC)가 확립한 국제 표준물질과 평가법을 통해 측정한 수치로, 완치자의 혈청은 중화항체 형성률이 가장 낮은 수준부터 가장 높은 수준까지를 모두 포함했다.
 
안전성 측면에선 GBP510 투약과 관련성이 있는 중대한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아 충분한 내약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고령자까지 포함된 임상(stage2) 참여자 247명에 대해서도 6월 말 2차 투약을 마치고 안전성을 추적 관찰 중으로 현재까지 특별한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 3상은 기존 허가 백신을 활용하는 비교임상으로 치러진다. 기허가 백신과 안전성, 효능을 비교해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GBP501 임상 3상은 국내 개발사의 백신이 3상으로 진입한 첫 사례이자 코로나19 백신이 비교임상을 진행하는 전 세계 두 번째 사례다.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비교임상 사례는 프랑스 벨네바다. 벨네바는 바이러스벡터 플랫폼으로 개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활용해 영국에서 임상 3상을 실시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쓴다. 식약처는 개발 플랫폼은 다르지만 현재 재조합 방식으로 허가받은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임상에선 중화항체가의 우월성과 혈청반응률의 비열등성을 확인한다. 전체 시험대상자는 총 3990명이다. GBP510은 3000명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990명에게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투여한다. 임상은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해외에서도 동시에 진행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최종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임상 3상 이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국내뿐 아니라 저개발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에 공급될 수도 있다.
 
GBP510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지난해 차별화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지원하고자 가동한 차세대 코로나19 백신(Wave2) 프로젝트의 최초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공급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이뤄지며 예상 물량은 수억회 접종분이다.
 
백신 생산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공장인 안동 엘(L)하우스에서 이뤄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 즉시 연간 수억회 물량의 대규모 상업 생산을 진행할 수 있고 공장 내 9개 구역의 독립된 사이트를 통해 여러 종류의 백신을 동시에 제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시장 공략도 노릴 수 있다. L하우스의 코로나19 백신 제조 시설은 올해 초 유럽 EU-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를 획득한 바 있다.
 
백신 주권 확보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다. 기술력으로 개발된 국산 백신인 만큼 자체적으로 생산 및 공급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변이 바이러스 대응 전략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적으로 생산·공급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보다 빠른 대처가 가능해 백신 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임상 3상과 별개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 개발 기술로 변이주 항원을 활용한 임상을 연내 진행할 예정이다. GBP510 개발이 완료되면 백신 플랫폼으로 확보해 어떤 변이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범정부지원위원회, 복지부, 식약처, 질병청 등 국내 보건당국과 글로벌 기구들의 긴밀한 협조 아래 현재에 올 수 있었다"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안전성과 효과성이 담보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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