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의 치료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기대 여명 연장과 합병증 없는 환자 삶의 질을 위한 골격계 예방 치료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과거와 달리 전이성 폐암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치료의 목적이 생존보다 기대여명 연장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런 경향에 맞춰 전문가는 뼈 전이로 인한 골격계 합병증을 막기 위한 예방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매년 11월은 '폐암 인식 증진의 달'이다. 이 시기에 맞춰 전 세계의 폐암 관련 학회와 협회들은 폐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폐암 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국내에서는 대한폐암학회가 폐암의 조기검진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흡연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폐암은 지난 2019년 기준 전체 암종 중 발생률 2위를 기록했다. 범위를 65세 이상 인구로만 좁히면 발생률은 1위다.
폐암 자체는 대표적인 암종으로 잘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환자 대부분이 우연히 검진을 통해 병기가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것이 문제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과거 폐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생존률이 낮은 암으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국내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폐암 치료제들은 생존율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실제 2001~2005년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16.6%에 그친 데 비해 2015~2019년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34.7%로 2배나 늘어났다.
폐암 생존율이 증가는 치료의 목적 변경으로 이어졌다. 병기가 진행된 폐암 환자일지라도 기대 여명 연장을 목표로 폐암 치료를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항암 치료에서 좋은 예후를 기대하려면 합병증 예방 등을 통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폐암이 뼈로 전이되는 경우 골절, 통증 등의 증상을 야기하는 골격계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뼈 전이는 전이성 폐암의 40~5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나타난다. 국내 뼈 전이 암환자 184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45.1%가 골격계 합병증을 경험했으며 폐암, 간암, 전립선암, 유방암 순으로 골격계 합병증 발생률이 높았다.
암이 뼈까지 번지면 다양한 골격계 합병증 증상 중에서도 극심한 통증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정도로 강도가 높은 뼈 통증은 환자의 일상을 무너트리며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트린다.
또 환자의 뼈가 약해진 상태로 유지되면 사소한 충격에도 골절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나아가 뼈 전이가 운동신경 마비와 자율신경 마비로 이어질 경우에는 사망 위험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골격계 합병증은 심리적으로도 환자에게 우울감과 불안함을 초래할 수 있다.
뼈 전이를 발견했다면 골격계 합병증 예방 치료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뼈 전이 진단 1년 이내에 골격계 합병증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만큼 뼈 전이 소견이 발견되면 하루빨리 골격계 합병증 예방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주요 국제 진료지침에서도 뼈 전이 암환자에 대해 골격계 합병증 예방 치료를 적극 권고하는 추세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은 뼈 전이 진단 즉시 '데노수맙'과 '비스포스포네이트'와 같은 약물을 사용해 골격계 합병증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은 심각한 부작용 등의 중단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골격계 합병증 예방 치료를 항암치료와 꾸준히 병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윤신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전이성 폐암은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료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환자들이 전이 이후에도 항암 치료를 잘 받는다면 과거보다 더 긴 생존기간을 기대할 수 있다"며 "환자들이 전반적인 삶의 질과 건강 상태를 유지하면서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뼈 전이는 골절로 이어지면 갑자기 마비로 이어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2~3개월 이상 거의 대부분을 누워서 지내야 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뼈 전이가 확인되었다면 전이된 뼈가 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뼈 전이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적극적인 골격계 합병증 예방 치료를 통해 항암 치료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행히도 골격계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약제들이 나와 있으니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가능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볼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