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 한국서 개시

1형 당뇨병 환자 2명 대상…상반기 중 시작
형질전환돼지로 고형장기 이식 연구도 병행
올해 이종장기 예산 확보…각막 연구도 재개

입력 : 2023-02-08 오후 2:31:58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제넨바이오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 기자간담회에서 박정규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장이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넨바이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국제 기준을 부합하는 세계 첫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이 우리나라에서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임상 스폰서인 제넨바이오(072520)는 원료 동물이 되는 돼지의 종류를 바꿔 고형장기 이식도 넘보고 있습니다.
 
세계 첫 이종췌도이식 임상 한국서 승인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12월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게 무균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 1상을 승인받았습니다. 인슐린 치료로도 혈당 조절이 어려운 제1형 당뇨 환자 2명이 대상입니다. 임상을 거쳐 이종췌도이식이 활발해지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에 이르는 환자 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넨바이오는 이번 임상을 위해 구축한 길병원 내 이종췌도 세포치료제 제조소에서 무균돼지의 췌도를 환자에게 투여 가능한 세포치료제로 제품화해 길병원에 제공합니다. 이달 19일 가천대 길병원 임상윤리시험위원회(IRB)는 이 임상을 승인했습니다. 남은 과정은 상반기 중 치러질 환자모집, 이종췌도 투여, 추적관찰 등입니다.
 
이번 임상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이종이식학회(IXA) 등 국제기관의 기준을 준수한 세계 첫 이종췌도이식 임상입니다. WHO는 IXA와 협의해 2008년 이종이식을 위한 국제 선언(Changsa Communique)을 발표하고 이듬해 IXA 합의문 발표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관련 국제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서 유사한 임상이나 수술이 시행되긴 했지만 국제 기준을 부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정규 서울대학교 장기이식연구소장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영장류의 장기간 생존일을 비교환 결과에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의 데이터가 전 세계적으로 월등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번 임상은 IXA, 세계이식학회 윤리위원회의 검토까지 받으며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췌도는 무균돼지로, 고형장기는 형질전환돼지로
 
이번 임상에서 원료 동물로 쓰이는 돼지는 무균 처리를 마친 미니피그입니다. 돼지가 원료 동물로 쓰이는 것은 인간 인슐린의 아미노산과 1개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임상 책임자이자 한국당뇨협회 회장을 역임 중인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돼지에서 나오는 인슐린의 (당뇨 환자 치료)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며 "그래서 돼지 췌도를 이용하는 이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넨바이오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사진=제넨바이오)
 
박정규 소장은 "여러 가지 테스트를 통해서 세균 40종, 기생충 27종, 곰팡이 6종, 바이러스 73종 등 총 146종의 미생물이 없음을 확인한 돼지"라며 "영장류 실험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했고, 면역 억제를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정도의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췌도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이종췌도이식 임상에선 무균돼지가 쓰이지만, 제넨바이오가 계획 중인 고형장기 이식 연구에선 형질전환돼지가 사용될 예정입니다. 형질전환돼지는 무균돼지와 함께 이종장기의 원료로, 특정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식 등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제넨바이오는 형질전환돼지를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는 형질전환센터도 갖췄죠.
 
박정규 소장은 "고형장기 이식은 몇 가지 조절해야 하는 면역반응이 있는데, 해결 방법은 형질전환"이라며 "췌도나 각막 같은 경우 형질전환이 없어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여러 면역조절법을 통해 생존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넨바이오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 (사진=제넨바이오)
 
멈췄던 각막 이식 연구도 다시 빛 볼까
 
이종장기이식 분야에서 췌도와 함께 가장 앞선 단계에 있는 연구는 각막 이식입니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이미 지난 2020년 돼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제출하기도 했죠. 이 연구는 사업단이 해체되면서 일시정지 상태입니다.
 
박정규 소장과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연구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 예산에 관련 예산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확정된 복지부 예산을 보면 이종장기이식에는 60억원이 배정됐습니다.
 
박정규 소장은 "2020년 이후 이종장기이식 임상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잠시 중단됐다"며 "마침 올해 초 이종이식에 관련된 국가 지원 연구비가 나오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각막 임상에도 진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주 대표는 "해당 예산은 장기 관련 예산이라 각막 이식에 적용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면서도 "제넨바이오 내부에선 돼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연구를 자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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