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여소야대라는 구도가 열린 순간부터 극단적인 여야 대립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요. 국회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대체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요? 토마토Pick은 국회에서 한 달 사이 벌어진 추태들을 모아봤습니다.
‘경기도, 검찰 돕는 것’
친명 앞에 도지사 없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부총질이라는 게 특히 주목되는데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던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받자 불똥이 튄 것입니다. 시작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측이었는데요. 김광민 변호사가 제출을 요청한 자료를 경기도가 거부한 게 문제였습니다. 김광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기도냐, 경기도는 검찰을 위해 존재하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바통을 받았는데요. 같은 당 의원들이 저격하자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도 김 지사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커뮤니티 등에 “제2의 이낙연이냐”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는데요. 친명계로 꼽히는 인사들의 총질에 김 지사가 총알받이가 된 꼴입니다.
-민형배 : 김광민 변호사가 요청한 경기도 자료는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이른바 ‘쌍방울 사건’은 이재명리스크가 아니라 검찰리스크입니다.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문석 : 김동연 경기도 지사! 당신의 작고 소소한 정치적 이득보다, 옳고 그름~정당한지 부당한지를, 먼저 헤아리는, 정의로운 기준을 기대한다.
정청래 “10분간 퇴장!”
진상규명 옹졸한 결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에 “수사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했는데요. 그러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 전 비서관에게 ‘10분간 퇴장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수사 중인 사항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정 위원장의 퇴장 명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는데요. 그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도 퇴장 명령을 내렸습니다. 여권은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자 명백한 언어폭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퇴장 명령 후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고받는 농담도 가관이었습니다.
-박지원 : 퇴장하면 더 좋은 거 아니야? 쉬고.
-정청래 : 성찰하고 반성하는 의미입니다.
-박지원 : 한 발 두 손 들고 서 있으라 해야지.
이름 퀴즈, 학벌 대결
정청래-유상범 졸전
정 위원장이 연출한 논란의 장면은 또 있습니다. 바로 지난달 25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의 설전인데요. 법사위에서는 졸지에 이름 맞히기 등 수준 이하의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유 의원은 이튿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들이 ‘초등학생들도 그렇게 회의 안 하겠다’고 할 정도로 뉴스가 됐더라.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정청래 : 그런데 의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유상범 : 위원장님 성함은 누구신데?
-정청래 : 전 정청래 위원장입니다.
-유상범 : 전 유상범 위원입니다.
-정청래 : 유상범 의원 들어가 주세요.
△공부는 제가 좀 더 잘했지 않겠어요?
-정청래 : 국회법 좀 공부하고 오세요.
-유상범 : 공부는 제가 좀 더 잘했지 않겠어요?
-정청래 : 잘한 사람이 이래요?
‘김장겸, 자격 부적격’
‘이재명은 전과 4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충돌이 있었습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과방위원 자격 논란입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MBC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므로 상임위 활동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전 대표의 전과 4범 이력을 들먹였습니다.
-이훈기 : 김 의원이 MBC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데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과방위 피감기관인 것을 고려할 때 상임위 활동이 부적절하다.
-김장겸 : 의혹만으로 대법원 판결 전 해임된 내 사례에 비춰보면 이 의원은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민주당 대표 연임을 노리는 이재명 의원은 전과 4범에 수많은 비위 의혹으로 재판 중이다.
“왜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수준 보여준 의료계 청문회
지난달 26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 과거 21대 국회 시절 임 회장이 자신에게 “이 ‘미친’ 여자가 전 의사를 지금 ‘살인자, 강도, 성범죄자’로 취급했다”고 한 발언을 거론했습니다. 왜 자신에게 미친 여자라고 했냐는 질문입니다. 강 의원은 임 회장의 거친 화법을 비판했고,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문제는 이 만남의 취지인데요. 이 자리는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였습니다. 극에 치닫은 의정갈등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인데요. 성과 없이 신경전만 오가는 국회의 수준을 보여준 대목이었습니다.
“내가 국회의원인데”
김현 의원 갑질 논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입구 건물에서 못 들어가자 ‘내가 국회의원인데 왜 못 들어가냐’, ‘방문증을 왜 안 주냐’는 등 방문증 발급을 요구하며 담당 직원에게 큰 소리로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결국 해당 직원은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는데요. 국민의힘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거대 야당의 민낯”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김 의원은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원내대변인이 저질논평으로 저를 음해하는데 명백히 허위사실이며, 이에 대한 법률대응할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일이 벌어진 데 대해 협의된 일정임에도 방문증 교부가 지연되고, 청사관리동도 통과할 수 없도록 한 게 상도의에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현 : 어느 공공기관에서 국회의원이, 출입증을 안 줘서 못 들어가는 것은, 이건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 있는 거거든.
-김현 : 이거 지연한 것, 예, 책임지세요. 이름이 뭐죠? 직책이 뭐예요? 공범으로 자꾸 그러지 마시라고.
7월 첫날부터 반말·삿대질
여야 모이자마자 충돌
1일 여야가 모두 출석한 첫 운영위원회에서도 여야는 충돌했습니다. 오전 오후, 그야말로 전체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양측은 충돌했습니다.
△삿대질
-강민국 : 이게 협치에요? 이게 지금 대표님 말씀이 협치입니까?
-박찬대 : 말씀 좀 정리해주세요. 손가락질하지 마시고.
-강민국 : (민주당 의원들 웅성거리는 소리에) 그것 좀 정리하고 있잖아 지금. 의원 이야기하는데 아직 못 배웠군요. 아니,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쳐요?
△입 닫으세요
-박찬대 : 입 닫으라고 했습니다. 앉으시고요.
-배현진 : 입 닫으라고 하는 거 사과하십시오.
-박찬대 : 왜 그게 사과해야 할 내용이죠?
협치 사라진 국회
남은 4년 어쩌나
여야는 양보가 없는 극단 대립의 정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비난만 가하며 정작 정책 결정, 민생은 잊은 듯 행동합니다.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보여줘야 할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진작 사라졌습니다. OECD 35개국 중 우리나라 국회의 효과성은 34위입니다. 반면 세비는 3위(국민소득 대비)입니다. 아직 국회가 시작한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막막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