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거듭 밝힌 가운데 K-방위산업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의 현실화가 국내 무기 획득 예산을 제약하는 등 방산투자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방산뿐만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자동차 등 6대 업종을 향한 통상·수출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사업부가 '방산 유무인복합 연구개발(R&D) 포럼'에서 K9 원격 최대주행속도 시험 장면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제공)
전쟁 특수 K-방산…트럼프발 리스크
17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우주항공청, 방위사업청 등이 머리를 맞댄 방산 유무인복합 연구·개발(R&D) 포럼에서는 K1전차 원격무인화 등 차세대 방산 기술 전략이 논의됐습니다.
날로 커지는 불확실성을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첨단화'인 겁니다. 하지만 미래 첨단무기의 소재와 부품에 필요한 원자재 등 공급망 우려는 난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립주의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재집권을 가정할 경우 미·중 패권경쟁 격화로 희토류 등 중국발 원자재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산업경제분석을 보면 트럼프 집권 시 중국산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는 등 방산물자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 부족 심화를 지목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가 예상되는 트럼프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이나 소강상태에 접어들 경우 글로벌 방산 수요의 급감이 예상됩니다.
최근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K-방산 수출은 2년 연속 100억 달러를 돌파한 상황입니다. 올해는 200달러 목표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방위산업 재건과 바이-아메리칸(Buy-American) 기조가 강화될 경우 한·미 방산협력의 후퇴 가능성도 우려할 부분입니다. 미국과의 무기체계 공동개발, 미국의 방산 공급망 진입 등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한·미 방산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분담 요구에는 방산 수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는 복잡한 셈법이 작용합니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노스웨스턴 뮤추얼 타워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한국은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은미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1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제안보, 공급망 등 각각 따로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의 거버넌스 정비가 시급하다. 국가적 산업협력 컨트롤 타워 마련으로 일관된 기조들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6대 산업도 '불확실성 증폭'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화학, 바이오의약품 등 6대 업종에 대한 트럼프발 시나리오도 부정적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은미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의 미 대선 시나리오별 산업 영향을 보면,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지원법' 인센티브와 관련한 지원 수준의 추가 투자 요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수요산업의 고율관세 부과 전망에 따라 중국 중심인 K-반도체 판로의 단기적 충격을 완충해야한다는 조언입니다. 인도태평양지역 진출의 전폭적인 지원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미 전기차·차량용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분야는 환경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하이브리드 기술경쟁력을 승부수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산차 고율 관세 부과의 회피와 현지 제조시설 부품·중간재 원산지 규제에 대한 대응 지원은 과제로 남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전기차 확대 정책도 비판하는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미래 모빌리티 등 신 수요창출을 위한 지원과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한 인력·세제 등 분야별 지원 강화도 제언했습니다.
철강 산업에서는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관세 인상 및 쿼터 축소 등 전통적 무역 장벽이 강화될 전망입니다. 때문에 쿼터 최대 확보·관세율 현상 유지 위한 외교·통상 측면의 대응력 강화가 긴요할 것으로 봤습니다. 또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한국 내수시장 저가 공세가 현실화될 수 있어 국내 시장 보호의 선제적 정책 마련도 대응 방안으로 꼽았습니다.
화학 분야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당선 시 유가의 단기 급락 가능성이 존재하나 기업 수익성 위협의 주된 요인이 중국 기업인 만큼, 터키·인도 등 대안 시장 공략을 조언했습니다.
바이오의약품 측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립니다. 첨단 제약 분야의 중국 견제 기조로 신약·시밀러 협업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의존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은미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제안보, 공급망 등 각각 따로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의 거버넌스 정비가 시급하다. 국가적 산업협력 컨트롤 타워 마련으로 일관된 기조들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6월28일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미국 대선 첫 번째 TV 토론회 생방송 화면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