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상대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으며, 이들 3개국은 즉각 보복을 선언하며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관세가 적용되던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캐나다 총리는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 6,000억원)에 해당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겠다고 했으며, 멕시코 대통령도 관계부처에 국익방어를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 실행을 지시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한 미국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그에 상응한 반격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당장은 우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작년 대미 무역 흑자액이 역대 최고치인 557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중 8위에 오른 우리나라를 그냥 놔두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모든 외국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달 31일 철강,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해 조만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반도체, 가전, 배터리 등의 업계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생산기지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두고 있었던 국내 관련 기업들은 이들 국가의 생산 비중을 줄이고 미국 현지 생산 규모를 최대한 늘리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만성적 무역적자에 시달려온 농식품 업계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타깝게도 대미 가공식품 수출액은 감소하고 농산물에 대한 미국의 수입확대 요구가 더욱 거세져 대미 무역적자는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 우선, 미국 수출비중이 높은 라면, 음료, 과자류, 냉동김밥 등 K푸드에 대해 미국이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수출액이 감소할 것이다. 또한, 무역적자를 야기한 자동차, 반도체 등 농업 외 분야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한미FTA 개정협상 등을 통해 미국에 유리한 농산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하여 수입액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보면, 미국은 보편관세 부과를 통해 자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되어 달러화의 강세가 예상되며, 다른 나라들은 대미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로 대응할 것이므로 향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육류, 옥수수, 밀 등에 대한 소비자 비용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비료나 사료 등 농업투입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농식품 생산자의 비용부담으로도 이어질 우려가 높다.
그렇다면 이제 막 시작된 트럼프 2.0 시대에 우리 농식품 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규모를 최대한 늘려 고관세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행히 K푸드 열풍을 이끈 3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은 일찌감치 미국 등 해외공장 설립에 집중해 왔다. 미국에서 20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최근 사우스다코타에 북미에서 가장 큰 아시아 식품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상은 2022년 대규모 김치 공장을 LA 인근에 건립하고 미국 최대 유통망을 가진 월마트에 입점한 상태이다. 풀무원은 미국 내 3곳의 대규모 공장에서 두부를 생산하고 있으며 아시안 누들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미국 외에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에 K푸드를 수출할 수 있는 판로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육류, 콩, 옥수수, 밀 등 주요 농산물 수입에 있어서도 호주,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등 미국을 대체할만한 생산 국가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식량의 무기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농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네덜란드와 같이 우리나라보다 면적이나 인구수가 크게 적고 농업에 불리한 환경을 가진 국가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 되었다. 우리의 농식품 정책도 이제는 단순한 보조금 지원 정책은 지양하고 4차 산업시대 경쟁력 제고를 통해 생산성 증대와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선진농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트럼프 2.0 시대가 우리 농식품 산업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정원호 한국식품유통학회장,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