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들이 알파세대(2010년부터 현재까지 출생)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우려도 큽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전자지갑의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 자유롭게 은행 결제를 할 수 있게 풀어줘 편의성이 크지만, 금융 사기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 또한 높아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알파세대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에 능숙하며 금융 환경의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해 향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알파세대는 530만여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10%에 달합니다.
최근 은행들은 디지털 활용 능력이 높은 알파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전자지갑을 활용한 청소년 고객 전용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스타틴즈', 우리은행 '우리틴틴', 카카오페이 '틴즈넘버'가 대표적입니다.
은행들은 이벤트성 리워드를 제공하거나 시간표나 식단표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주력은 여전히 '전자지갑'입니다. 계좌 개설이나 카드 발급과 달리, 부모 동의 없이 입출금 결제나 송금을 할 수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이 계좌를 개설하거나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보호자 동의 절차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전자지갑 등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는 경우 실제 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만 인증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중고거래 사기 계좌나 불법 도박 등 금융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본인이 모르는 새 피해를 당했더라도 법적으로 인정받는 계좌가 아니라 온전히 금융 범죄 구제 신청을 받기에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만 7~18세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인 카카오뱅크의 청소년 전용 '미니카드'가 불법도박 등에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사안은 시민사회단체 '도박없는학교'가 불법 도박 사이트 계좌 대부분이 카카오뱅크 계좌라며 2023년 12월 금감원에 신고하면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미니카드 이용한도를 만 13세 이상 기존 1일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월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타 금융사의 경우 여전히 결제 한도를 비슷하거나 이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열어둔 상황입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스타틴즈는 1일 30만원, 월 200만원, 우리은행 우리틴틴은 1일 50만원, 월 200만원 등입니다.
청소년 금융 상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나 규제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아무런 교육이나 지침도 없이 미성년자가 주체적으로 입출금과 송금 등 권한을 갖는 건 위험이 너무 크다"며 "은행들은 알파세대를 당장의 수익원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이들이 사회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 내부 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금융당국도 관련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은행들이 알파세대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나 편의성이 떨어지고 위험성이 높아 2%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페이 '틴즈넘버' 홍보물.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