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이복현 체제' 가늠자, 정기검사 결과 중간 브리핑

입력 : 2025-02-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오늘(2월4일)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중간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합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가 브리핑을 진행하는데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참석해 모두발언을 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금융권은 이 원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 원장은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며 서슬퍼런 경고장을 날린 바 있습니다.
 
당초 결과 발표는 지난 연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올 1월 국정조사, 그리고 정부 업무보고 등으로 밀렸던 일정이 두 차례 연기되면서 이제야 진행되는 것입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뿐만 아니라 KB·농협금융지주와 각 은행의 주요 검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가장 이목을 끄는 이슈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한 금감원의 판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종 검사는 1분기 이후 완료되지만, 세간의 관심이 높은 만큼 중간 브리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는 중간 브리핑 성격으로 금융회사의 법규 위반 유형과 내용 등을 설명할 예정인데요. 정식 검사 결과는 1분기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사의 제재 절차는 금감원 검사국-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금융위원회를 거칩니다. 검사국이 징계 의견서를 작성해 금감원장 직속 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합니다. 중징계 이상일 경우 금융위원회로 징계 안건이 상정됩니다. 이날 발표하는 검사 내용이 중간 브리핑임을 고려하면, 제재심의위원회는 아무리 빨라도 3월 말에 징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징계가 내려지면 최종 징계까지 시간이 더 걸립니다.
 
우리금융 외에도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내부통제 부실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KB금융·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부실뿐 아니라 불공정거래·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농협금융·은행에서는 대규모 배임·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농협중앙회의 무분별한 인사·경영 개입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금감원장이 금융사의 내부통제 이슈를 재임 기간 내내 강조해온 데다 올해부터 금융지주·은행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와 관련한 위법 여부는 따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7월 3일부터 금융사 CEO 등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책무구조도는 올해부터 정식 시행됐고 정기 검사 결과에 거론되는 위규 사항은 법 개정 전 발생한 것으로 소급 적용할 수 없습니다.
 
사고 발생 당시 법에 따른다고 해도 개정 전 지배구조법은 금융사와 임원진에게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만 부여하고 '준수' 의무는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전 회장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진행해 2022년 12월 승소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비슷한 사안으로 소송을 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징계가 취소됐습니다.
 
이번 브리핑은 올해 금감원 은행검사국의 검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도 해석됩니다. 금감원은 중간 브리핑 이후 올해 업무계획과 은행검사국의 검사 테마도 발표할 예정인데요. 금감원장의 임기가 오는 6월 초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당국의 '칼'은 여전히 날이 서 있습니다. 내란 정국을 틈타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옅어지고 있을 즈음 금감원이 어떤 검사 결과와 방침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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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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