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에 싸늘한 채용시장…사라지는 취업 기회

수출 플러스 흐름 멈춤·내수 부진·성장세↓
일자리와 채용 시장에 악영향 요인
신입 공채보단 경력직 선호 심화
청년층, 생애 취업기간·소득 줄어
도심형 혁신도시 전략도 고용엔 한계

입력 : 2025-02-04 오후 5:34:11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국 불안·내수 부진'에 이어 '트럼프 2기'로 인한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채용시장은 더욱 싸늘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신입 공채보단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경우 사회 초년생의 생애 총 취업 기간과 총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지난 1월1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 등 참가자들이 채용정보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 악재들…채용시장 '냉랭'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수출 플러스 흐름 멈춤, 내수 부진, 성장세 둔화, 비자발적 퇴직자 수 증가 등이 거론됐습니다. 결국 경기 불황은 일자리와 채용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중 청년층이 겪는 구직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경력직 선호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면서 상용직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가 상용직에 취업할 확률은 평균 1.8%(2006~2010년 중)에서 평균 1.4%(2017~2021년 중)로 하락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기업 신규채용 계획을 보면, 신입직의 채용 비중은 2009년 82.7%에서 2017년 69.1%까지 하락한 바 있습니다. 이후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는 2021년 비중이 62.4%까지 내려왔습니다.
 
경력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17년 30.9%까지 상승세를 보인 후 2021년 37.6%의 규모를 보였습니다. 신규 채용 때 직무 관련 업무경험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여기는 기업의 비중도 2023년 58.4%에서 2024년 74.6%로 급증했습니다.
 
향후 채용 방향을 묻는 고용노동부의 최근 조사에서는 '경력직 위주로 뽑겠다'는 응답이 70.8%에 달한 반면, '신입직 위주로 뽑겠다'는 응답은 25.7%에 불과했습니다. 채용 방식도 수시가 81.6%인 반면, 공채는 14.0%에 그치고 있습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 이상 급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력직 선호 심화…사회초년생 박탈감
 
문제는 비경력직에 대한 수요 감소로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사회초년생의 생애 총 취업 기간과 총 소득이 하락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사회초년생의 30년간 경제활동을 가정할 경우 경력직 채용 확대는 생애 총 취업 기간을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줄일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로 인한 생애 총 소득(연 5%의 금리 할인 현재 가치)도 13.4% 하락(3억9000만원→3억4000만원)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같은 비경력자의 취업 성공률 하락은 20대 청년층에게 더 가중됩니다.
 
임시·일용직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상용직 취업 비중(상용직 고용률)을 보면, 20대와 30대 간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가 2010년 8.8%포인트에서 2023년 19.1%포인트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30대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20대의 경우 비중이 크게 늘지 않은 겁니다.
 
지난 19년간의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연간자료로 모형 추정값을 낸 결과에서는 20대와 30대 간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 17%포인트 중 7%포인트인 40% 규모가 경력직 채용 확대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력직 채용 증가에 따른 청년층 취업 기회 제한이 지속되는 등 비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낮아질 경우 20대 청년 고용률은 5.4%포인트 내려가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30대와의 격차는 1.1%포인트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이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 취업기간이 1.6년 더 감소합니다. 생애 소득의 현재가치도 10.4%(3억9000만원→3억원) 더 낮아지는 값을 보였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심형 혁신도시 전략, 고용 변화 '미미'"
 
지역 균형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기대한 광역시 소재의 도심형 혁신도시 전략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업을 통한 고용엔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연구원의 혁신도시 입지 유형별 성과 분석을 보면, 높은 정주환경이 장점인 광역시 내 도심형 혁신도시(대구·부산·울산)는 대학교 졸업 이상의 고숙련 노동력 확보가 수월해 지식기반산업의 집적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대도시 배후형 혁신도시와 비교해 기업 단위 고용·생산성은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행 혁신도시 유형은 행정구역상 광역시 내부에 조성된 '도심형'과 광역시 외부에 조성된 '신도시형'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도심형 혁신도시와 달리 신도시형은 낮은 지가가 장점입니다. 이런 입지 여건의 차이로 혁신도시 산업구조는 도심형에 '지식기반산업'이 집적되고 신도시형에 '교역산업' 집적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도시형 혁신도시 중 광주시에 인접해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나주)와 전주·완주에 조성된 전북혁신도시는 대도시 배후형으로, 나머지는 중소도시 배후형으로 분류합니다.
 
2011년 고용 기준 대도시 배후형은 비교역산업의 비중(78.9%)이 중소도시 배후형(60.7%)에 비해 높으나 중소도시 배후형은 교역산업의 비중(32.9%)이 대도시 배후형(16.2%)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지식기반산업의 경우 중소도시 배후형의 고용(인구 1000명당)은 15.1명으로 사업체 수가 0.8명인 반면, 대도시 배후형의 고용은 10.3명, 사업체 수 1.0명으로 분석됐습니다. 중소도시 배후형이 대도시 배후형에 비해 1인당 고용이 높지만 1인당 사업체 수는 대도시 배후형에서 더 높게 나타난 겁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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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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