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5년, 주총 정상화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입력 : 2025-02-10 오전 6:00:00
보유 주식 수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주주라면 누구나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주총회 현장에 실제로 참석해 본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부끄러운 자기고백이나, 기업지배구조 분야를 연구해 온 필자 역시 개인주주들을 직접 대면하는 업무를 담당하기 전까지 주주총회에 현장 참석해 본 경험이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개표 작업은 일반적으로 사측 직원 및 법률대리인의 입회 하에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된다. 외부자에 의한 돌발 상황 발생 등을 막기 위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주총에서 회사의 위법행위를 감독할 수 있는 제3자가 단 한 명도 개표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물론 상법 상에는 이런 상황을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총회 전 법원을 통해 주총에서의 위법 행위를 감독하는 검사인의 선임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인 선임을 위해서는 소송을 제기해야 하기에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며, 검사인이 선임이 되어 주총에 참석하더라도 해당 검사인에게 업무 수행에 따른 비용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개인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뿐더러, 이러한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또한 검사인은 주주총회 전체의 위법성을 홀로 판단하여야 하는 바, 개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사실상 통제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개표 작업으로 인해, 사측은 언제든 개표 조작의 유혹에 취약하다. 언론의 이목을 끄는 대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으나, 주주총회 참석 인원이 30명을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인 중소 상장사들의 입장에서는 거리낄 것이 없다. 위법행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사측이 '승리'를 발표하더라도, 소송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개인 주주들은 주주총회결의무효 소송 등을 제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비용을 마련하여 소송에 돌입하더라도 회사가 항소하면 법적 공방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회사는 더 마음 놓고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이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뀌어야 한다. 사측의 조작이 쉽지 않은 전자투표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주총 종료 직후 안건별 득표 현황이 공시되어야 하며, 만약 특정 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있었다면 그 사유가 아주 구체적인 형태로 함께 공개되어야 한다. 검사인이 선임되면, 검사인을 도와 주총 개표 작업을 감독할 인원이 함께 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위법행위들을 눈감아 가며 주총을 진행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주주총회 의장의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이 모였다는 전제 하에 법원에 독립적인 제3자 주총 의장 선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검사인 청구 소송의 법리를 따른다면, 입법의 난이도도 높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한 과제가 많지만, '공정한 주총' 역시 그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주주가 주총을 통해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는데 기업 가치가 온당히 인정받을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2025년 이 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어, 한국 주식시장의 가치 개선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태준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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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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